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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화시론] '의대 증원' 정면돌파 불가피하다

내년 입시 때부터 의대 신입생 정원을 2천명 늘리려는 정부가 20일 대학별 증원 배분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정부안이 이대로 시행된다면 2006년 이후 3천58명으로 줄곧 동결된 현행 의대 정원이 19년 만에 늘어나게 된다. 


그간 정부는 의사들의 성형·미용 분야 쏠림 현상 심화와 필수의료 붕괴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근본 대책으로 의대 증원을 추진했지만, 파업도 불사한 의사들의 집단 반발로 번번이 무위에 그쳤다. 


내년부터, 그것도 단번에 2천명을 늘리는 데 대한 의사들의 반발도 이해되는 측면이 없진 않지만, 그렇다고 마냥 뒷짐 진 채 시간을 허송할 수 없다는 점은 의료계 또한 인정할 것이다.


정부의 배분안을 보면 증원분의 82%(1천639명)가 비수도권에, 18%(361명)가 경인권 대학에 각각 배정됐다. 서울지역 증원분은 없었다. 


정부안이 이대로 유지되면 이른바 '인서울' 의대 정원이 전체 의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7%에서 16.3%로 대폭 축소된다. 정부는 늘어날 정원을 비수도권, 특히 지역거점 국립대에 대폭 배정키로 했다. 이는 지역의료 기반 확대와 공공성 강화라는 측면에서 볼 때 불가피하고 바람직한 방향이다. 


다만 지역 간 인구차와 각 대학의 수용 능력을 제대로 고려했는지 의구심도 든다. 지역거점 국립대 의대 9곳 가운데 7곳의 정원이 일제히 200명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지역 민심과 형평성, 지자체들의 평가를 의식해 배분 심사를 졸속으로 밀어붙였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대국민 담화에서 "교육 여건과 지역 의료 현실을 감안해 증원 규모를 2천명으로 정했다"고 강조했지만, 현재보다 1.7배 가량 의대 정원이 급증하면 교수 인력과 시설, 기자재 부족에 따른 의학 교육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이런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의대 역량 강화 방안을 조속히 제시해야 한다. 

    
정부가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도 정면 돌파를 택함으로써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대치가 파국으로 치닫게 됐다. 전날 국무회의에서 '2천명'이라는 숫자에 대해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언급을 보면 2천명 증원 원칙에서 정부는 한 발짝도 물러설 것 같지 않다. 


의사들이 총파업을 단행하고 오는 25일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로 학교를 떠나는 상황이 현실이 된다면 전국의 의료현장은 중환자가 제때 처치를 받지 못하고 숨지는 일이 속출하는 아수라장이 될 수 있다.


의료 대란을 피하기 위해선 대화와 타협이 필요하다. 특히 정부를 향해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의 태도 변화가 절실하다. 의사들은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의대 증원을 지지하는 상황을 더는 외면해선 안 된다. 


전공의들이 먼저 집단행동을 멈추고 환자 곁으로 돌아가면 국민의 공감을 얻을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정부도 의사 직군을 향한 강경 압박 위주의 몰아붙이기보다 유연한 태도로 대화의 테이블로 유도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의정이 하루속히 협의체를 가동해 의료개혁과 관련한 타협점을 찾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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